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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풍요/공간

공간의 미래, 새로운 시대!

by 우정_[우리삶의정원] 2025. 4. 30.

 

여는글 _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나 역시 거짓 선지자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 온라인 상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에 비해 피상적으로 되기 쉽다. 이러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쌓여 우리의 삶 전체를 바꾸고 있다. /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같은 건조기후대에서 발생했다. 건조기후는 전염병의 전파가 최소화될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은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의 영향이 크다.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하는 과정에서 천 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교회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염병은 언제나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쳐 왔다. 코로나 전염병도 반복되는 역사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접근이 코로나 사태를 차분하게 대응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이런 변화를 수동적으로 구경만 해서는 안된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게 공간 구조를 새롭게 구성하는 디자인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 구조를 만들어야 할지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장.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중산층 집이 '방 세 개 아파트'인 이유) 소유할 제품이 늘어나면 소유한 실내 공간의 크기를 키워야 하고, 공간의 크기를 키우면 다시 소유물을 늘리는 순환 고리가 된다. 우리는 풍요로워졌지만, 동시에 공간과 물건을 키우고 늘리기 위해서 피곤하게 살아왔다. 물건을 더 소유할수록 집은 더 좁게 느껴졌는데,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는 우리의 집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나무를 심는 발코니) 2015년 엠포리스 스카이스크레이퍼 어워드를 수상한, 밀라노에 지어진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경우를 보자. 이 아파트에는 발코니에 나무를 심어 놓았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아파트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법의 철폐와 개정이 필요하다.

 

 

 

2장. 종교의 위기와 기회

 

(제사장과 아이돌) 최초의 도시가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의 '우루크'가 있는 지역은 돌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이들은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강가의 진흙으로 벽돌을 구워서 쌓아 '지구라트'라는 신전을 만들었다. / 누군가는 높은 위ㅣ에서 내려다보게 되고, 누군가는 우러러 올려다보아야 한다. 이러한 눈높이의 차이가 시선을 한쪽으로 쏠리게 하고, 이는 권력의 위계를 만들어 낸다.

(시공간 공유가 만드는 공동체 의식)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형식과 공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권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러 종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과 훌륭한 가르침 같은, 다른 존경받을 만한 일을 통해서 권위가 생겨나는 점도 있음을 밝힌다. 이런 종교적 형식이 종교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시킨다고 해서 종교가 모두 허구라는 의미는 아니다. 형식과 본질은 구분되어서 이해돼야 한다. 오히려 종교에서 형식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구분하여 이해함으로써 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전염벙이 만드는 종교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코로나는 우리에게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라고 도전하고 있다. 종교는 무엇인가? 학교는 무엇인가? 회사는 무엇인가?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물음과 사유가 중심에 있다. 오히려 코로나는 종교가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화가와 선생님) 초상화를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사람이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기가 나오면서 그 직업을 사라졌다. 대신 화가는 사물을 똑같이 그려 내는 능력 대신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그리는 것으로 작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 선생님은 지식 전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해답은 '대화'에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선생님에서 학생으로 일방향으로 전수되는 흐름이 아닌, 학생과 대화를 통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서 학생들 내면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 될 것이다. 학생들 각자는 깊은 우물과도 같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두레박이다. 학생들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긴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길어 내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선생님들은 20세기 화가들이 했던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교우관계의 부재) 아무리 다양한 동영상 수업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학교가 주는 가치 중 하나는 내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주는 '무엇'이다. 그것이 때로는 왕따 같은 힘든 경험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들은 이해 못하는 동년배끼리의 대화를 만들기도 한다. / 앞으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의 비중이 늘어날 대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면 대인 관계와 공동체 훈련의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인을 양산할 수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전염병으로 기존 교육 시스템이 도전받고 있다. 전 세계가 이제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과거 근대화에 늦었던 우리의 조상들은 서구에서 만든 학교 시스템을 모방하기 급급했다. 그런 구 세대의 삶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새롭게 공립학교 시스템을 만들어서 새 시대를 열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공립학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교육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생각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장.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내 자리는 필요하다) 인간이 자기 자리를 가질 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새로 둥지를 만들고 곤충도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움직이는 동물이 움직이지 않는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인 것 같다. 지구상의 공간을 유한하다. 내가 어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각과 공간 중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는 시간을 지배할 수 없지만 공간은 소유함으로써 컨트롤이 가능하다. 삶이라는 것은 항상 불안하고 변화의 요소가 많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불안 요소를 줄이는 쪽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간다.

(대형조직의 관리와 기업 철학)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의사 결정의 방향을 잡아 줄 '철학'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통일성은 획일화의 다른 말이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창조적인 사고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사옥도 사라지고 같은 시공간을 나누는 출근 문화도 없어진다면 회사는 거대한 프리랜서의 집단과 같아질 것이다. 이러한 흩어진 개인들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 철학 밖에 남지 않는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업 철학이 없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7장.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 통일을 위한 엣지시티

 

(소규모 재개발의 장점)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재개발을 해 나간다면 골목길은 살리고, 길가에 세워진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사라지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골목길로 회복될 수 있다. 사람들이 골목길을 걸을 때 필로티 대신 예쁜 카페나 작은 공원들이 보이는 경관으로 바뀔 것이다. 이러한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용적율, 건폐율, 높이 제한 등을 완화해준다면 민간 자본들이 투입되어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도시 재생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조금씩 우리의 도시를 업그레이드를 해 나가면 머지않아 새로운 도시를 가지게 될 것이다.

 

 

 

8장. 상업 시설의 위기와 진화

 

(공간 소비 vs 물건 소비) 5성급 프랜차이즈 호텔보다 독채 펜션이 더 인기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다른 손님과 공용 공간을 함께 쓰지 않아서 전염병에 더 안전하다. 둘째, 대체 불가한 유일성이 있다. 프랜차이즈 호텔은 같은 모양의 방들이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깨까지 있다. /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고, 비싸서 가기 힘들고, 사진을 올렸을 때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공간'을 만들면 여유있는 소비자들은 선택한다. / 최고의 플렉스는 '공간 플렉스'다. 명품은 수백, 수천만 원의 돈이 들어가지만, 공간은 수천만 원의 보증금 혹은 수억의 공사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집 이외의 취미 공간을 만드는 유행이 시작됐는데 이러한 현상은 전염병이 일상화되면 여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홍길동 vs 세종대왕)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고 사회가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할 때 탄생하는 캐릭터가 '홍길동'이다. 탐관오리를 징계하고 곳간을 헐어서 가난한 국민에게 나누어 주는 캐릭터가 지지를 받는다. / 부와 권력의 공정 분배를 위해 다른 방식을 채캑한 사람도 있다. 세종대왕은 조선 시대 부와 권력 불균형의 원인을 '문맹'에서 찾았다. / 지난 몇 년간 도시 재생 측면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익선동의 부상이다. 별것도 없는 낡은 도심 속 단층 건물 지역에 젊은이들이 새로운 가게를 창업했고 사람들이 모였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좁은 골목길이라는 독특한 공간 체험뿐 아니라 그곳에서는 적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익선동 주택의 마당을 투명한 천장으로 덮고 실내를 바꾸어 사용한 불법 증축을 구청에서 적당히 눈감아 줬기 때문이다. 홍대 앞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말로 정부가 규제를 줄였더니 알아서 잘됐다는 이야기다. 시대에 뒤떨어진 원칙을 고집하면 공무원은 열심히 일하고도 도시의 진화와 발전에 방해하게 된다. / 적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 행정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경쟁을 통해 우수한 DNA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우리나라 아파트 디자인의 의사 결정은 대형 건설사 상무들이 한다. 그들은 짧은 임기 중에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모든 디자인은 점점 비슷한 형태로 수렴된다. 공급자의 수가 적고 규모가 대형화되면 주거의 형태도 단순해진다. 만약에 한강변의 아파트 단지가 조금 더 다양한 디자인이었다면 우리 도시의 경관은 이렇게 이상하지 않았을 거다.

(다양성을 죽이는 심의와 사라져야 할 자문)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서 또 하나 개선되어야 하는 점은 셀 수 없이 많은 심의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라는 건축가가 있다. 건물을 항상 박스 형태로 짓는 건축가다. 이에 반대되는 스타일의 건축가는 동대문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라는 건축가다. 자유분방한 곡선의 형태로 디자인을 하는 건축가다. 우리나라에서 일정 규모가 되는 건축을 할 때에는 허가 시 심의를 꼭 받아야 한다. 그런 과정 중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 고민도 없이 디자인을 평가하고 감 놔라 배놔라 참견을 너무 많이 한다. / 결국에는 여러 심사위원의 말을 다 듣다 보면 디자인은 산으로 가거나 회색 지대에 머무르게 된다.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뒷골목의 사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핵심을 이렇다. 같은 양의 콘크리트, 같은 양의 유리를 가지고도 어디에 창문을 두느냐, 벽을 어떠한 모양으로 만드느냐, 건축물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건물 내부의 사람만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고, 건물 내부의 사람뿐 아니라 외부의 시민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건축은 디자인으로 쉽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이는 어느 누구의 희생이 필요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 이러한 이른 건축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인, 예술인, 교육자, 노동자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작은 일들이 쌓인다면 이 사회는 더 나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닫는 글 : 기후 변화와 전염병 -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새로운 뼈대가 필요한 시대) 사회에는 항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개혁적인 변화가 성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저항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원하지 않는 세력은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강하다. 하지만 그런 저항도 시대에 따라서 가끔씩 어쩔 수 없는 재난에 의해서 바뀌는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역사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는 없다. 미래는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시선의 초점을 과거에서 방향을 돌려, 미래를 향하길 바란다. 코로나라는 위기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출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_[공간의 미래_유현준/을유문화사/2021]

공간의 미래
공간의미래, 유현준


[배움과 성찰]  

공간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이 우선 반갑다. 요즘 정리 중인 서양미술사 감상 수업에서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이해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았던 부분들이 '공간'을 주제로 한 이 책에서 배우게 되니 새로운 발견이다. 역사, 사회, 교육, 예술... 의 다양한 지식들이 문학적 비유로 빚어지면서 작가의 삶의 철학과 유용한 지식들이 알기 쉽게 전달된다. 내용을 설명하고자 삽입된 이미지의 선택도 깔끔하고 시각적 전달 효과를 높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건축에서 벽이 아닌 기둥으로 세워진 건물의 유용성과 목조 건물의 생태적 환경적 이로움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비고 있었던 내가 살아온 곳곳의 지역들이, 평면의 배경으로만 여겨졌는데.. . 그 장소가 불현듯 입체적인 형형색색 공간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건축가의 시선을 배운다. 공간은 또 다른 살아있는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의 모습은 누추하고 세심한 손길도 없는 주인 없는 공간이 너무도 많다. 작가의 교육에 대한 관점과 방향도 매우 동의하며, 그 변화의 가속이 얼른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

나로 돌아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공간과 시간과 내 안의 혁명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주체적인 의식으로 공부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해나가고 싶다. 또한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싶다. 그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